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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엄마의 수다/터키엄마의 쉼터

서태지의 여행담...with이지아??


태지가 2000년에 컴백하고 6집활동을 하면서부터 7집을 발표하기 이전까지의 시간동안
태지의 스케줄및 여러소식 을 전해주는 개인 사서함이 있었는데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사서함 뒷번호 0811 ㅋㅋㅋ
서태지 팬질좀 해 본 분들에겐 0811 이란 숫자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숫자죠.
2000년에 태지가 컴백을 공식발표한 날이 8월 11일이었든요..

혹시 주위의 친구분들중에 폰 번호 뒷자리가 0221(태지생일ㅋㅋ) 이거나
0811 이라면 99.99% 태지 팬질좀 했던 분들일겁니다. ^^

태지가 7집 작업을 위해 떠나고 난 후 
공백기동안에 당시 태지의 최측근이였던 채XX 씨가 
 사서함을 통해서 태지의 안부도 전해주고
한번씩은 태지가 직접 쓴 글을 읽어주기도 했었는데요.
그때 은퇴이후 미국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있었답니다.

음...그땐 몰랐었지만,
이지아와의 과거 결혼과 이혼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지금에서
그때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의 연애 및 결혼생활이 조금이나마 상상이 되는것 같아요.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미국에서 오지여행 다녔던 이야기가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았었는데요.




아래는 2002년 1월29일에 태지가 사서함을 통해  이야기한 내용이에요.
자신의 여행담이 소개되있죠.

사라졌던 4년7개월을 추억하며

음- 세월이 기억을 없앨 순 있겠지만, 추억을 없앨 순 없다고 봐요.
제게 있어 그 해 겨울 이후부터, 지난 늦여름의 그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기억들은
어찌 보면 이젠 순수한 기쁨으로 추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됐습니다..................
큰 돈을 벌었다거나, 명예를 얻었다거나, 또 어떤 어려운 시험에 합격을 했다던지 하는
그런 이해관계가 얽힌 기억이 아니라,
그 4년 7개월이 지난날 어느 순간을 장식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제 그것을 내 기억의 갈피에서 뽑아낸다고 해도
이제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고, 또 누구한테 들려주는 요란스러운 자랑이 아닌
한번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던 내 삶의 여백 같은 그런 순수한 추억이라는거죠.


음- 그전에 어느 인터뷰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은퇴 후 처음 1년은 정말 TV도 음악도 전혀 듣지 않고,
다른 어떠한 인위적인 소음도 들리지 않는 그런 곳에서 1년간 푹 쉬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지냈을까?..
싶을 정도로 참 신기한 경험이었는데요.
분명 그때 전 음악을 떼어낸 나 자신에게 차분하게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1년간 아주 많은 곳을 여행했었는데 그 중 관광명소로 이름났던 곳은 한 두군데 정도?
그러니까 정말 사람들이 애써 찾지 않는 그런 오지들을 찾아다녔었죠.
그냥 내 머리 속을 괴롭히는 어떠한 것도 없는 곳,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요.


어떠한 곳은 한국의 청학동 느낌이 나는 곳도 있었어요.
음- 그러니까 물건들이나 집, 사람, 또 그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또 그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는 일 같은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버린 것 같은 마을도 있었구요.
또 어떤 곳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갱같은 사람들만 사는 곳도 있었죠.
주민들 대부분이 오토바이나 말을 타고 모두 긴 머리에 수염, 가죽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그런 곳..
네- 때때론 분위기가 무서운 그런 마을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디언들만이 아직도 원시적으로 모여서 살고 있는 그런 마을도 있었지요.


음- 사람들이 무섭지 않았냐구요?
아니요. 신기한 게 그런 곳에서는 오히려 나를 보고 놀랬어요. 흠칫 흠칫 하더군요.
왜냐? 그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그때까지 동양사람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오히려 이런 여행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길을 잃는다는거였어요.
지도를 보면서 그냥 하루하루 가고 싶은 길로 운전을 하고 다녔었는데,
안내등도 제대로 없는 밤중에 그런 잘 모르는 오지동네의 산길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였어요.
너무 깊숙이 들어와 어떤 곳은 지도에도 없는 산길을 타고 가고 있었던거죠.
지금 같으면 사람들 눈에 띌까.. 염려증 마저 있을 때도 있지만,
그런 때는 어서 날이 밝았으면.. 아니면 어서 누가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죠.
숙박은 주로 운전하던 캠핑카나 작은 차로 움직일 땐 텐트를 치고 노숙도 하구요. 
시골동네의 산장이나 모텔 같은 데에서 묵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오지의 여행은 늘 설레이고 재미있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공간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보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나한테 계속 말을 건네는거에요. 뭔가 계속 새로운 내가 발견이 되는 거죠.
음- Take음반은 그 이후의 시간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꼬박 1년이 걸렸던 음반입니다.
음- 모티브는 따로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아무 부담 없이 내 자신이 그냥 내추럴한 상태에서 만든 음악인거죠.
그래서 나에게 우리 매니아들에게 참 의미 있는 음반입니다.
제목도 없고, 노래하는 사람도 없고, 공연 같은 건 더더욱 없었죠.
오직 들리는 건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그 소리에 의해서만 보고 듣고 느껴지는 그런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죠.


음- 지금도 가끔 Take 음반을 듣는데
그 Take 앨범에는 매니아들과 나, 이렇게 둘만이 존재하는 다른 공간이 있는 것 같은..
아니 그 공간에 서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음- 4년 7개월의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중 3년은 음악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오롯하게 쉬었던 시간은 1년 7개월일겁니다.
근데 음악 작업할 때는 원래 시간이 빨리 가요.
그러니까 세상시간은 3년이 흘렀다 해도 내가 느낀 시간은 채 1년도 안 흘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하튼 내 시계는 아니 제 시간은 왠지 항상 남들보다는 빨리 가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낯선곳을 혼자 여행 하는
자유롭고도 외로웠을 태지모습을 상상하며
그에 대한 연민에 사뭍혀 잠못이루는 밤이 여러날이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한국의 청학동 느낌이 나는곳"을
꼭 찾아 나도 가보겠단 다짐도 굳게 했었구요.
태지가 보았던 것,태지가 느꼈던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거죠.

제가 찾아본 바로는 저곳이 아마도 미국 펜실베니아에 있다는
"아미쉬 마을"이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아시는분 있나요?맞나요?
지금은 많이 알려져셔 관광상품으로도 나와있다고 하던데
그당시 1997년쯤엔 정말 동양인을 본적 없을만큼
 문명과 동떨어진 마을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니
착각의 늪에 아쥬 그냥 풍덩 빠져있었던거였죠;;;


시간순 대로 정리를 해보면,
그땐 홀로이 외로웠을 시기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한참 사랑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을 시기죠.

근데 전 뻐렁치는 팬심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며 그를 측은히 여겼으니;;





알려진 바로 1996년 1월 31일 은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지아씨가 미국생활 정착을 위한 여러 도움을 주며
자연스레 연애를 시작했다죠.
그리고 이지아씨와는 1997년 10월 21일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1998년 7월7일에 take앨범이 나왔고 이 음반작업을 1년동안 했다고 하니
은퇴시점인 1996년 1월이후부터 얼추 1997년 여름정도까지가
이지아씨와 만나 연애를 하면서 "푹 쉬었던 시간"이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시기에 여행도 다니고
2004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당시 말했던 것 처럼
스쿠버다이빙,스카이다이빙,
할로윈데이에 탈 뒤집어쓰고 한인식당서 밥먹기 등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맘껏 했던거죠.
혼자가 아니라 이지아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1997년 가을에 마침내 결혼도 하고요!

진실을 알고나니
나의 센치했던 상상과
애틋한 추억이
엉망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 시절의 이지아가 부럽기도 했고요.

물론 당사자가 우리 미국에 있을때
캠핑카 끌고 다니며 여행다녔어 라고 한건 아니지만
정황상 따져봤을때 그랬을거 같으니깐
사실 마음의 스크래치 않 날수가 없더이다.ㅜㅜ

그렇다고 해서 십년이 넘도록 철저히 결혼과 이혼사실을
숨겨온게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므로
태지가 밉다거나 분노를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나를 비롯한 팬들의 애틋한 추억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비밀이 있는거였음
끝까지 밝혀지지 말아야 했거나
이왕 밝혀질꺼였음 계속 잘살면 좋았을껄...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뿐..

뭐..이젠
희대의 쇼킹뉴스로 길이 남을
서태지 이지아 둘의 관계도 
법정에서 깨끗하게 마무리 지어졌고 하니
팬도 당사자도 마음 잘 추스려서
새출발 하길 빌어봅니다^^